冊 이야기 2014-170
『고금통의(古今通義)』 이덕일 / 김영사
1. 왜 우리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고 있는가? 지나친 자신감인가? 아니면 바보인가? ‘역사(歷史)’를 앞선 수레바퀴라는 뜻의 전철(前轍)이라고도 부른다. 거복(車覆), 복거(覆車)는 전철(前轍)에서 나온 말이다. 앞서 가던 수레가 엎어졌으니 조심하고 경계하라는 뜻이다. 그런데 현실은 엎어진데 또 엎어지고 자빠지고 깨진다.
2. 책의 제목인 『고금통의(古今通義)』는 《사기(史記)》에 나온다. 예나 지금이나 관통하는 의(義)는 같다는 뜻이다. 지금 일어나는 일을 이해하고 앞을 내다보는 안목을 키우는 일이 옛일을 통해 연결된다.
3. 저자 이덕일은 “넓이와 깊이를 동시에 갖춘 역사학자”, “이 시대 최고의 문제적 작가 중 한 명”, “고대사부터 근현대사까지 아우르는 파워라이트”등 여러 수식어가 붙는다. 저자는 이 책을 펴내면서 “고금이 통하는 것이 인간의 역사이고, 언젠가는 금(今)의 사(事)를 고(古)에 비춰서 의(義)를 찾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기에 이 편적(篇籍)을 세상에 상재한다.”고 썼다.
4.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진실은 힘이 된다’, ‘어제의 마음으로 오늘을’, ‘사람에게서 길을’, ‘역사 속 자기경영’, ‘어떻게 살 것인가’ 등이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인용한 서적만 해도 수백 권이다. 저자의 치밀한 열정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한 꼭지 당 두 쪽 분량이지라 커피 한 잔 마실 시간이면 몇 꼭지 글을 읽을 수 있을 정도이다. 단지 언뜻 언뜻 한자가 눈에 띄는지라 한자 알레르기 환자들에겐 좀 불편할지도 모르겠다.
5. 고려장은 실제 있었나 ; 현대판 고려장은 여름휴가 때 종종 발생한다. 강원도 또는 제주도에 갈 곳 없는 노인들이 목격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한 적도 있다. 강원도는 육로라서 혹시 며칠 후에라도 히치하이킹을 해서 집으로 올까 겁이 나는지 해외인 제주도를 택한다?
저자는 고려장이 실제 있었던 이야기가 아니라 설화의 ‘고릿적 이야기’라며 회자된 것을 믿은 데서 나온 착각이라고 한다. 손진태의 《조선 민족설화의 연구》에 실린 이야기가 고려장 설화의 원형이라고 한다. 〈효자전〉에 나오는 원곡의 부친이 수레에 조부를 태워 갖다 버리자 원곡이 수레를 잘 챙기면서 “나중에 아버지를 갖다 버리기 위해서”라고 말해 부친을 크게 깨닫게 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노인을 다시 모셔왔다는 이야긴 없다.
제주도에 부모를 버리고 온 인간들의 자식들은 그 부모를 더 멀리 버리고 올 궁리를 지금부터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6. 인명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 날이 갈수록 일간지 사회면의 인명살상 기사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조선에서 방화는 대부분 사형이었다. 대사면 때도 방화범은 제외되었다고 한다. 정종은 재위 2년(서기 1400년) 개경의 수창궁에 불이 나 여러 사람이 달려들자, “궁궐은 이미 불타서 구제할 수가 없으니, 사람이나 상하지 말게 하라”고 지시했다.
최근 광주 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소방관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면서 다시 그들의 처우가 이슈가 되었다. 최근 5년간 29명 순직하고 1626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한다. 소방관이 위험하면 국민도 위험해지기 때문에 소방관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힘을 모아 달라고 하는데 얼마나 반영이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인명을 중시한 정종의 마음을 품어봄이 필요한 때이다.
7. 아무래도 나는 책과 독서라는 글자만 봐도 그냥 못 지나가겠다. 다산이 유배지에서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를 인용하고 있다. “독서라는 것은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깨끗한 일.” 내 마음이 밖으로만 향해 있고, 번잡스러우면 책 따위가 눈에 안 들어온다. 그러나 책을 통해 마음이 깨끗해지기 이전에 깨끗한 마음(정리된 마음)이 먼저다. 책은 나에게 무언가를 전해주고 싶은데 내 마음은 딴 데로 가 있으니 문제다. 책을 사랑할지어다. 그러면 책이 내게로 온다. 내가 그 모델케이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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