冊 이야기 2014-201
『나는 누구인가』 강신주 외 / 21세기북스
1. ‘나는 누구인가?’ 이 땅에 살아가는 동안 끝까지 안고 가야 할 화두이다. 모든 철학의 기본이 사실 이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생각의 확장은 ‘나’에서 ‘남’으로, 인간으로 넘어간다.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다.
2. 인문학의 심화 연구 지원과 대중 확산을 위해 2010년에 설립된 공익재단 재단법인 플라톤 아카데미가 있다. 아카데미에서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인문학 확산 사업 중 각 대학을 순례하면서 펼치는 지혜의 향연을 들 수 있다. 이 책에 실린 내용은 2013년 가을 학기에 경희대학교에서 개최된 인문학 공개강좌의 강연 내용을 글로 정리한 것이다.
3. “한 신문 칼럼에 냉장고를 없애자는 내용의 글을 써서 주부들로부터 공격을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인문학자 강신주의 첫마디다. 그는 왜 냉장고를 없애자고 했을까? 음식을 보관하는 도구인 냉장고가 자본주의 산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경제적 여유가 많을수록 냉장고는 커진다. 가정용 냉장고가 거의 업소용으로 전환된다. 쟁여놓은 음식이 많을수록 집 앞 시장에 갈일이 없어진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한꺼번에 털어오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도 자신의 집에 있는 자본주의의 또 하나의 상징인 냉장고를 없애거나 크기를 줄이려고 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내가 편하게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자본주의와 결부해 말하지 않으면서 나와 내 가족이 불편하고 힘든 것에 대해서는 여지없이 자본주의와 결부해 이야기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일반적인 모습입니다. 하지만 그 둘의 양립은 불가능합니다.”
4. 고전평론가 고미숙은 현대인을 이해하는 세 가지 화두를 몸, 돈, 사랑으로 들고 있다. 디지털 혁명으로 인해 육체노동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무엇이든 즐길 수 있게 되었음에도 우리 몸은 여전히 아프다. 몸이 한가하다보니 마음이 바빠진다. 몸은 예 있어도 마음은 산지사방으로 돌아다니기 바쁘다. 이래저래 피곤하다. 고미숙은 이렇게 조언한다. “이제 외부의 기준과 시선에서 벗어나 온전히 내 몸에 집중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몸은 나를 이해하는 가장 훌륭한 매개이기 때문이다.”
5. 『인문학으로 창조하라』의 저자 김상근 교수는 인문학이 힐링으로 받아들여짐을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인문학적 성찰과 힐링이 결코 같은 의미로 해석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철학교수 이태수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의 답을 찾는 일은 결국 ‘나는 어떻게 살 것이며,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물음에 답을 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한다.
6. 슬라보예 지젝은 프랑코 베라르디의 말을 인용해 “한국은 비워진 문화적 공간에 극단적 개인화와 케이블링된 사회가 공존하는 특이한 사회”라고 말한다. 아울러 한국 사람들이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의 만행에 대해 “용서하되 잊지는 말자.”는 말을 하는 것을 들었는데, 그 내면엔 ‘잊어버리자. 그러나 절대 용서하지는 말자’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는 말에 공감한다.
7. 철학교수 최진석은 우리 모두가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길 바라고 있다. “삶의 궁극적인 동력은 결국 나를 표현함에 있어야한다. 그래서 나를 침해하는 어떤 것에도 도전하기를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생물학과 교수 정용석의 말 중에 감성과 이성이 적절히 조합된 부분이 있기에 옮긴다. “우리는 모두 한 때 별이었습니다. 흩어진 별이 내가 되었고 다시 내가 죽어서 살아 있지 않은 물질로 흩어지면 이 우주의 한 구성원으로 돌아갑니다. 핵심은 살아 있는 물질인가, 그렇지 않은 물질인가 하는 것입니다.”
8. 진정한 나의 모습을 제대로 본다는 것은 퍽 어려운 일이다. 내가 바라보는 나와 남이 바라보는 나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 인문학이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인문학은 단지 문자로 익히는 학문이 아니라 ‘끝없는 성찰’이 삶의 행동으로 이어지는 실행의 학문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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