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의 빨간 책방 65, 66회에선 존 그레이의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 John N. Gray는 2008년까지 런던 정경 대학(LSE) 유럽 사상 교수로 재직했으며, 지금은 『가디언』, 『뉴 스테이츠먼』,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러먼트』 등에 정기적으로 글을 기고하고 있다. 철저한 반反휴머니스트로 알려져 있으며, 대표작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Straw Dogs』(이후, 2010)에서는 인간의 구원과 진보에 대한 신념이 불러 온 파괴적인 결과를 성찰해 좌우를 막론한 비평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14개 언어로 번역된 False Dawn(1998)을 비롯한 수십 권의 저서들이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최근에는 불멸을 바라는 인간의 욕망과 주술적 과학의 허상을 꼬집은 The Immortalization Commission을 썼다.
"오늘날 우리가 추구할 수 있는 좋은 삶은, 과학과 기술을 한껏 활용하되 그것이 우리에게 자유롭고 합리적이며 온전한 정신을 주리라는 환상에는 굴복하지 않는 삶이다. 평화를 추구하되, 전쟁 없는 세상이 오리라는 희망은 갖지 않는 삶이다. 자유를 추구하되, 자유라는 것이 무정부주의와 전제주의 사이에서 잠깐씩만 찾아오는 가치라는 점을 잊지 않는 삶이다."
인간은 ‘지푸라기 개’에 불과하다.
이 책의 원제인 ‘지푸라기 개Straw Dags’는 고대 중국인들이 제사를 지낼 때 신에게 바치기 위해 만든 희생물이다. 이 개는 제사가 끝날 때까지는 최고의 예우를 받았지만 제사가 끝나면 내팽개쳐졌다. 존 그레이는 인간은 다른 동물보다 우월하다는 인간의 오만과 편견이 지구를 위협하고 있으며 인간이 스스로를 자정하지 않으면 가이아(지구)가 자정 능력으로 인간을 ‘지푸라기 개’처럼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 인간을 ‘지푸라기 개’로 보는 관점은 단순히 인간 종 중심주의를 공격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존 그레이는 서구 문명의 핵심에 자리한 휴머니즘을 인간 종(種) 중심주의를 지탱하는 원천으로 보고 휴머니즘의 핵심 관념인 “진보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허약한 토대 위에 서 있는지를 낱낱이 파헤친다. 그 과정에서 인간과 세계에 관한 우리의 편견과 고정관념 모두가 비판의 칼날을 피해 가지 못한다.
내가 지금 서 있는 자리를 돌아보며, 우주에서 지구상에서 나의 위치를 점검해보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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